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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사회가 제시하는 목표를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했고,
대학생 때는 취업을 목표로 했으며,
첫 취업 이후에는 실무에 적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무엇일까?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정말 맞는 길일까?
나는 잘 가고 있는 걸까?
이대로 계속 가도 괜찮을까?

28세.
마냥 어리기만 한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충분히 성숙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나이.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서도,
그동안 살아온 시간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시기.
나는 바로 그 순간,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컴퓨터가 좋아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했고,
자연스럽게 웹에 끌려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문득 다시 묻게 되었다.

정말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길일까?
나에게는 더 잘 맞는 길이 따로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놓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닐까?

혹시 다시 찾아보면 내게 더 잘 맞는 천직이 있지 않을까.
그 일을 한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은 끝없이 이어졌고, 나는 한동안 고민의 굴레 속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오래 고민할수록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이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는 것.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은 때로는 가능성이 아니라 감옥이 되기도 한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그중 하나를 고르지 못해 더 오래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려놓기로 했다.
막연히 “이 길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던 길들을 하나씩 진지하게 들여다보니,
그 길 역시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다른 길도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가지 않은 길이 아름다워 보였던 건,
그 길을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멀리서 보면 꽃길처럼 보여도, 가까이서 보면 장미밭처럼 가시가 있다.
어느 길이든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았다.
사람은 꼭 하나의 길만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컴퓨터가 멀티태스킹을 하듯,
우리 역시 삶에서 여러 갈래의 길을 병렬적으로 걸어갈 수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취미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꽤 다양한 취미를 가져왔다.
그림 그리기, 자전거 타기, 풋살, 러닝, 기타, 테니스, 독서, 콘서트, 전시회, 가죽공예까지.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고,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였으며,
가장 깊이 파고들었던 것은 결국 개발이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나는 개발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앞으로도 나는 개발자로서 이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